1. 창의성이란?
미국의 심리학자 토랜스(Torrance) 교수는 추락한 항공기 승무원들의 생존력을 키우는 프로그램 개발을 공군으로부터 요청받게 됩니다.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실제 생존자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생존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는 창의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공군 훈련과정에서는 생존에 대한 교육과 모의 훈련도 진행하였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 예측불가의 상황이 펼쳐졌고,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생존자들은 훈련받은 내용과 인생 경험을 조합하여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즉 창의적인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금 우리에게 적용해보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요? 친구들과 캠핑을 갔습니다. 여행지에 가서 텐트를 치고 자고 일어났는데 일기예보에 없던 폭풍우로 인해 쳐 놓은 텐트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마다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일것입니다. 친구A는 어제 텐트를 친 사람이 제대로 텐트를 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텐트가 무너진 원인을 찾았고, 친구B는 텐트를 구입한 업체에 전화를 해서 구매할 때 분명히 텐트가 튼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업체에 항의했습니다. 친구C는 텐트는 아무리 튼튼하고, 아무리 잘 쳤다고 해도 비바람에 무너지기 쉬운 도구이기 때문에 텐트가 무너진 이유를 생각하기 보다는, 폭풍우에 피해를 입은 물품들이 무엇이 있고, 지금 놓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식기와 음식을 챙기는 등 주변 정리를 하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구D는 친구C의 말에 동의하며, 안전한 지대로 이동하기 위해 텐트를 보자기처럼 활용해 흩어진 물건들을 담아서 이동할 준비를 합니다.
위의 2가지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일찍이 토랜스가 생각했듯, 창의성은 기존의 지식(정보)과 자신의 경험을 조합하여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타인을 배려해서 말을 가려하는 것 vs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렇다면 이 창의성과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아까의 친구들을 다시한번 생각해봅시다. 안전한 지대로 이동한 친구들은 물품들을 정리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여행지에 있는 술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한 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개가 자욱히 끼어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C는 "해무때문에 바다가 보이지 않아 아쉽네"라고 말했습니다. 친구 B가 물었습니다. "해무가 뭐야?" 그러자 친구A가 말했습니다 "해무는 바다에 끼는 안개야. 그런것도 모르냐?" 그리고 친구D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분명 친구A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진행 상 친구A보다는 친구C가 대답하는게 더 타당하고 '해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을 꾸짖는 행동은 좋은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바닷가에 살아보지 않았던 친구B의 입장에서는 해무를 당연히 모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친구A의 행동이 창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친구A는 그저 자신이 아는 것을 말했을 뿐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친구B나 친구C의 입장을 이해하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내가 질문의 답을 대신 말했을 때의 친구C의 입장이나 자신의 무지를 꾸짖음 당한 친구B의 입장을 말이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황이 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이면서, 게으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외모관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게를 찾은 손님은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을 수 있고, 감기기운이 있으며, 아침에 아이들과 씨름을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과 손님이 실랑이가 있었다고 해서 그 주인이 불친절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아니며, 그 손님이 까탈스러운 사람이라는 증거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사람은 이렇다, 브라질 사람은 이렇다, 유럽사람은 이렇다, 동양인은 이렇다, 20대는 이렇다, 50대는 이렇다,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은 이해하는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70억명의 사람은 최소 70억가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매일매일 저마다 다른 수십가지의 상황을 가지며 살아갑니다. 물론 그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사람을 대할 수는 없습니다. 기계가 아닌 이상 그 모든 가능성을 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랬다가는 타인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런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은 인공지능 전문가 밖에 없을 겁니다.
3. 타인을 창의적으로 대하는 자세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스페인이라는 국가적이고 문화적인 지식과 그 동안 만나 본 스페인사람과의 경험을 조합하되, 고정적이지 않으면서 중립적인 관점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곧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고 이것이 곧 존중과 배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방법은 사실 굉장히 간단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반문하거나 대응하려하지 말고 "음, 그렇구나"라고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래서 요점이 뭔데' 라는 말대신 "음,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기만 하면 상대를 이해하는데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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