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가는 고양이 그림
(약간 개 같긴 한데 고양이임)
아직까지 재미가 있는 건 못느끼겠다.
처음에도 그랬다. 내가 처음 그림을 배웠던 곳에서도 처음에는 귀찮은게 더 컷던 것 같다
물감이라던지 물통들을 챙겨가는 것도 귀찮았고 닦는 것도 싫었고, 물감냄새도 별로였다.
더구나 나는 가정집에서 그림을 배웠다. 그림을 전공한 아주머니가 부업으로 집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었고 학생 수도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창 말썽부릴 나이의 아이가 있어서 내가 그림을 그리러 가면
아이와 실갱이 하는 소리를 늘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수업시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남감 제자리에 가져다 놔!"
"음식 흘리고 먹지 말라 그랬지!" 등등 여느 집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였고
자연스럽게 내 그림에 대한 교육도 조금 느슨했다.
나는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큰 가이드 라인만 잡아주고는 나머지는 내가 채워나갈수 있게
나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거의 다 밑그림을 그려준거나 다름 없었다.
그거 역시도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이,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였기에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그림에 영~ 재미를 못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주머니가 많이 손을 댄 덕분에
결과물의 퀄리티가 꽤나 높았고 생각보다 만족감이 엄청났다.
그림을 보고만 있어도 신났고, 이게 정말 내가 그린 그림인가? 놀라웠다.
자꾸만 다시 보고 싶었고 계속 보고 싶었다.
만약 아줌마나 엄마의 칭찬이 있었다면 더 기뻤겠지만.. 딱히 칭찬은 없었다.
그림을 못그리긴 한듯..
무튼 그림을 그리는 자체보다는 그림을 그리고 났을 때의 나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때
그 기쁨과 희열감에 그림그리기에 흥미를 갖게 되고 점차 그림에 빠져들게 되면서
나중에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몰입하게되고 그것을 즐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것 같다.
우선은 몇가지의 만족스러울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봐야겠다.
명암을 넣근 고양이
(거듭 말하지만 이건 고양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