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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되돌아보기 & 취미생활 고르기

karismajoe 2016. 6. 24. 01:30

인간은 뻘 짓을하고 뻘 생각을 하는 존재다

단지 사회적인 기준에 따라 옳고/그름이 결정된다


이 당연한 사실을 나는 그동안 잊고 있었다.


즐거움을 위해서만도 아니고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아닌,

인간이란 존재로서 살아가려면 당연히 해야하는 뻘짓!


그래서 나는 그 당연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의 나



사실 요즘 상태가 말이 아니다.


예전에는 영화를 1박2일동안 잠 안자고 본 적도 있고 

하나의 노래만 24시간이 넘게 들은 적도 있었다. 


몰입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에 엄청 강점이 있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몇가지 사건이 있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나는 

이제는 영화 한 편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아. 내가 이정도로 신경이 곤두 서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2시간이 채 안되는 영화에 집중이 안되서

시계를 보고 다른 생각이 들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불안의 이유



그 불안은 먹고 삶에 대한 불안이라고 생각된다.


여러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졌고,

그것은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자존감 하나가 나의 유일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더욱 더 그 불안감은 증폭되어갔다.


나에게 장애는 없었다. 대학을 마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졸이다.

대기업이나 고액 연봉의 회사를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수 있다.


'그런데 나는 왜 불안하고, 슬프지?'


그것은 사회적인 불안이었다.

그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사회적인 기준에서 이정도 나이대면 받아야할 정도의 급여를 받고 싶었다.

그래야 핑계를 댈 수 있었으니까.


"나는 할만큼 했어."


라는 핑계를


이 순간 과거의 자유로웠던 나는 이미 없다.

뮤지션이었고 보헤미안이었으며, 항상 자유롭게 인생을 노래하는 휘파람이고자 했던 나는 없다.


그저 나보다 좀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친구가 배아팠고

점차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사람을 보며 나를 비관했다.

'더 더 더 더 많이 노력해서 따라잡아야지'

'실력만큼은 내가 쟤보다 앞서야지'

'그럼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내가 가진 스펙의 한계와 지적능력의 한계, 현실적인 한계의 벽 앞에서,

그 벽을 마주한 나는 그 위압감과 허탈함에 고개를 떨구고 몸을 덜덜 떨 수 밖에 없었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서, 이제는 더이상 다른 일을 하지 못할텐데'

'어떻게든 여기서 승부를 봐야하는데'

'그렇다고 이직을 하기에는 내 스펙은 떨어지고 내 지식에는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머물면 나는 점점 퇴화되어 갈텐데...'


나는 아주 작은 나만을 위해 설치된 늪에 빠진 것 같았다.

앞으로 나아갈 힘도 가지지 못했고, 의지할 곳도 찾지 못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던 나는

그렇게 엔지니어를 그만두었다.



나를 탐색하는 시간



힘들었다.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처럼 후들대는 다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것 같았고

내 가슴에는 알수없는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긁으려해도 긁어지지 않는 찝찝한 가려움


운동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불러도

가슴의 간지러움은 사그러드는 듯 보였으나


운동이 끝나고, 여행에서 돌아오고, 영화가 끝나고, 노래가 끝나면

다시 간지러움은 시작됐다.

잠시 유기시켜 놓은 것 처럼, 언젠간 해야할 숙제처럼 간지러움은 계속 남아있었다.


몸은 무기력했고 정신은 한가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동시에 존재해있었다.




그리고 나는 원인을 알아챘다.

원인은 나였다.


늪은 다른 누군가가 설치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음모로 내가 고립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내 주위에 하나하나 돌담을 쌓아올렸고, 한땀한땀 공구리를 쳤다.

한숨이라도 새어나갈까 세멘으로 공구리를 쳤던거였다.


내가 나를 몰아붙였고 내가 나를 구속했다.

나는 까치발을 들어야 밖이 보일만큼 턱끝까지 쌓아올린 돌담 너머로

힐끔힐끔 밖을 보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거였다.




삶은 계속되고 나는 살아야 했고

그래서 나는 나를 분해하기로 결정했다.


몸이 병에 걸리면 수술을 해서 환부를 도려내고 지져내어 치료를 하듯이

나의 마음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으로 보였다.




나는 나의 가슴을 가르고 활짝 열어 젖혔다.


'어디서부터 살펴봐야 하는가?'


나는 작정하고 깊은 곳까지 파내려 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초심을 알 수 있었다



문제점 1 - 타인(부모님)을 위한 삶



나는 어릴적부터 장래희망이 없었다.

무언가 되고 싶은 것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저 나를 키워준 부모님의 노후를 챙겨드리기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일이라는 것을 시작했고, 일부러 다양한 일들을 하며 살아왔다.


엔지니어 역시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고, 전문직의 일에 도전하였던 것이었다.

잘못된 것은 없었다. 아니면 모든게 잘못되었거나


이번 경우엔 후자가 맞는것 같다.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것이다.

나를 위한 직업 찾기가 아닌, 다른 사람, 부모님의 노후를 위한 직업 찾기였고

그러다 보니 직업의 안정성, 평판, 수익 등에만 더욱 목을 매었다


더불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고 너무 몰입해 있었던 것이었다.

맨 눈으로 봐야할 것을 잘해보려는 욕심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던 거였다.



문제점 2 - 과도한 몰입



삶에 있어서 줌 인/아웃은 굉장히 중요하다.


중요한 순간에는 그 상황을 줌 인시켜 집중하고 

그렇지 않을때는 줌 아웃시켜 주변을 환기시켜야 한다


사실 이것만 잘해도 굉장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가 올바른 말이다.


엔지니어 일에 열정을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나 자신을 더욱 옥죄었으니까, 당연한 결과이고

나 자신을 몰아붙일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올거 같다고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과민성 대장 증후근 정도로 그친 것이 오히려 신기할만큼

나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지금도 예민한 상태인 것이다.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하고, 가치있는/결과가 남는 일을 해야한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한다.

버려지거나 남겨지는 시간없이...'


그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끔 나를 몰아붙인 결과가 지금의 나인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나이든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항상 무언가에 쫒기듯이, 분명 지금 충분히 여유로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걱정을 만들어내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세상을 열심히 살았던 그들의 모습이었다.

인간성을 잃고 회사와 혼연일체가 된 부장님.

나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위한 배려와 양보를 잊어버린 아줌마

세상을 살면서 불필요한 인간성이 버려지고 합리성만 남아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었고,

나도 그렇게 되기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문제점 3 - 인생은 하나다



마지막으로 나는 인생을 3개로 끊어서 생각했다.

처음 단계는 출생~30살까지의 단계로 성장하고 공부하며 준비하는 시기이고

두번째 단계는 30살~60살까지 돈을 버는 단계

세번째 단계는 60살~죽을때까지 노는 단계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이 인생을 3가지로 구분하는 오류를 범했다.


많은 꿈이 없는 사람들은 인생을 3가지 시기로 구분해 놓고

그 시기마다 해야하는 것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산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좋은 학교를 다녀야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고

두번째 단계에서는 남보다 빠르게 승진하고, 커리어를 쌓아야하며

세번째 단계에서는 남보다 건강해야하고 여유로워야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다.

인생은 대회가 아니다. 인생 끝나는날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1등했다며 메달같은건 주지 않는다

그저 기존 세대들이 인생을 살다보니까 3가지로 구분이 되어보였고

그 중에서도 저렇게 사는게 좋아보였다~ 라는 기준들인거다


한낱 인간일 뿐이며, 드넓은 우주에서 그중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의 그중에서 아시아라는 지역의 작은 한반도 안에서 그중에서도 아주작은 동네의 아파트에 사는 나 라는 아주 작은 존재가 골목대장이 되고싶어 하는 것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이런 하찮은 것들에 나를 끼워맞추려했다.


ㅋㅋㅋ 기도 안찬다.

내가 우매한 인간들이라며 혀를 찼던 인간들의 모습들이었다.


우습다. 너무 우습다. 미치도록 우스워서 메스껍고 토악질이 나온다.

그리고 한편으론 다행으로 느껴진다. 내가 두려워했던 문제가 겨우 이런거여서


인생은 3등분되어 있지 않다. 인생은 그냥 하나다.

인생을 30/30/30으로 살지 말고,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살아야하며 그렇게 세상을 봐야한다.


인생에 늦은것은 없다. 30이 되어 새로운 일을 해도 된다.

다른 사람은 20살에 대학에 가지만 나는 30살에 가도 된다.

중요한 건 느리냐 빠르냐가 아니다. 진심이냐 아니냐 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었다고 해서 내가 잘못되었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단지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물론 인생은 3등분해서 사는 사람이 잘못된건만은 아니다.

되고싶은것도 없고 하고싶은것도 없는 인간은 그렇게 살아도 된다.

안전하게 불편함 없이 단순히 먹고사는것을 목적으로 산다면 저렇게 사는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자연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힘 앞에서 안전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일 뿐이다.


하지만 인생이란건 등분시키거나 등급을 재거나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분석하려야 할 수 없는 것이고 그 누구도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하고싶은대로 살고싶은대로 주어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적응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다.




타인을 위한 직업 찾기, 너무 과하게 몰입함, 내 인생을 사회적인 기대에 맞춰서 살려함
이 3가지가 나의 문제의 근원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금의 실패가 오히려 다행이다.

어차피 난 이런식으로 틀에 맞춰서 세상을 사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언젠가는 나 자신을 옥죄던 틀에

숨이 막혀 다시 자유를 갈망했을테니까



본래의 로 돌아가자



그래서 나와 우리는 보다 사람답게 살기위해 뻘 짓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뻘 짓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번째, 순수하게 즐거운 것만, 하고싶은 것만 해라


오로지 즐거움, 순수하게 재미있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것만 해라

단 것만 먹는 아이처럼 하고싶은 것만 하는 거다.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다.

힘든걸 억지로 하는 것과 힘들어도 하고 싶은 것의 차이를 우리는 구분할 수 있다. 둘은 분명히 다르다

취미는 일이 아니다. 완벽할 필요가 없다.

*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때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온 몸에 힘을 주어 소리를 쏟아낼때의 그 쾌감, 단지 그하나가 좋아서 노래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 스케이트 보드 고수의 영상을 보고 한눈에 반해서, 그렇게 되고싶어서 하는 것도 괜찮다



두번째, 돈이 되는 취미, 경력에 도움이 되는 취미는 안된다


취미를 생활을 하다보니 돈이 되었고, 경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목적은 단 하나 즐거움 뿐, 돈이나 경력이 취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세 번째, 때려쳐라! 때려치고, 또 때려쳐라(열심히 하지마라)


이것 저것 막 쑤셔보는거다 서예 한 1-2주 해봤다가, 테니스 한 2주 해봤다가 악기 30마넌짜리 사놓고 한 한달하다가 때려쳤다가. 가 핵심이다



네 번째, 결과를 내려고 하지마라


취미의 목표는 단 한가지 바로 시.간.낭.비!

취미를 통해 뭔가를 얻으려하지 말고, 결과를 내려고 하지 말 것!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해라'라는 말은 여기에선 틀린 말이다

때려쳐라, 지겹다고 느껴지면 바로 때려치고 재미없다고 느껴지면 그 즉시 멈춰라



다섯 번째, 어떠한 것도 좋다. 취미를 차별하지 마라


법적으로 문제되는 취미만 아니라면 어떤 것도 좋다.

성인 남자니까 색칠공부나 인형 옷 입히기 같은건 하면 안되라고 생각하지 말것

나는 여자니까 축구 같은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것



삶은 계속 된다



이 규칙을 가지고 앞으로 1달씩 취미를 번갈아 가면서 할 생각이다


첫번째로 정한 취미는 드로잉, 그림그리기다


나는 선천적으로 몸으로 하는걸 잘 못한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

구기종목, 공예, 그림그리기, 춤 이런거에는 전~혀 재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로잉을 선택한 이유는

노래는 많이 하기도 했고

어릴적에 가정집에서 그림그리기를 배운적이 있었다.

아이를 둔 한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그림교실이었고 아이는 한창 미운짓을 할 나이 였다.


그림을 그리러가면 아줌마는 항상 아이와 티격태격하고 있었고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봐주는 시간보다 아이와 싸우는 시간이 더 많았던 수업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내가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아줌마가 나를 방해 안하게

도와주는 계기가 되었고, 나는 내가 그린 결과물에 아주 만족할 수 있었다.


물론 그림을 잘 그리진 않았다.

늘 그렇듯 칭찬을 받지는 못했다. 몸으로 하는건 언제나 그랬다. 기술가정시간에도 무언가를 만들면 항상 엉성했고, 요리하려고 칼을 들기만 해도 손을 베었고 실기평가는 항상 낙제점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재밌었다. 생각보다 그림이 너무 이쁘게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그림이 멋있게 보였다.


지금 그림그리기를 다시 배운다고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칭찬받지 못하는 점들의 조합을 만들어 낼 뿐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하고 그것에서 무엇을 느끼느냐이지

더 이상 어린날의 나처럼 칭찬에 목을 맬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드로잉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한달 후에는 때려치기로 결심했다.